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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2]와 장점의 유지

취미/영화 이야기

by 머라봉 2022. 7. 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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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필자는 [범죄도시 2]가 개봉한 뒤 한달이 다되가는 순간까지도 범죄도시 첫 작품을 감상하지 않았다.

마동석이 감초역으로 등장하 부산행과 이웃사촌과 다르게 마동석의 캐릭터만 믿고 수많은 저질영화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극장에 걸리는 것을 보고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범죄도시 1에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뒤늦게 친구의 추천으로 [범죄도시 2]를 보기 위해 전작을 감상하게 되었다. 정작 그 친구는 1편 안봐도 된다고 말했지만 필자는 전작을 보지 않고 후속작을 보는 행위를 참을 수가 없었다.

범죄도시 1의 결론은 시원하고 담백한 영화라는 것이다.

정말 높은 완성도의 예술은 아니지만 상업영화로서 갖춰야 할 모든 걸 갖춘 즐거운 영화였다.

필자는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안고 [범죄도시 2]가 개봉한 지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극장으로 향했다.

장첸보다 '별로'가 아닌 '다른' 빌런 <강해상>

과연 전작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던 장첸의 포스를 뛰어넘는 악역이 나올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악역이 등장해 마음이 놓였다.

이번 빌런은 베트남에서 납치, 감금, 살해 등 각종 범죄를 일삼는 한국의 살인마 '강해상'이다.

배우의 평소 얼굴을 한 번 봤지만 확실히 '강해상'으로 분장하니 느껴지는 분위기가 남달랐다.

장첸은 계속 분위기를 잡지만 계속 싱글벙글 웃으려는 부분이 많아 광기가 느껴졌지만 강해상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무표정하게 난도질을 하는 모습에서 잔혹함이 느껴졌다.

가만보면 시나리오 라이터나 감독이 강한 인상의 빌런을 만드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정작 마형사는 이유를 만들어서 움직인다

극의 흐름은 전작이 그랬듯이 극악무도한 빌런이 등장하고 마동석은 정의심에 그 빌런을 추격해 마침내 때려잡는다.

요즘은 쉽게 볼 수 있는 히어로 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범죄도시2]가 당연하다면 당연한, 하지만 제작자들이 자주 망각하는 부분을 성실하게 지켰다는 것이다.

모데카이저로 궁을 쓸 때 말하곤 한다

전작인 범죄도시 1에서 관객이 열광한 부분은 과연 무엇일까.

크게 분류해보면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코미디', '묵직하고 통쾌한 액션', '단순하고 속도감있는 전개'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범죄도시 2]는 정확하게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더욱 강화해 가져왔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범죄도시 1은 흥행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범죄도시 2]는 이미 전작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에 감독이 좀더 자신의 의도대로 만들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아무튼 덕분에 영화는 전작을 보고 온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훌륭한 팝콘 무비로 극장에 나올 수 있었다. 거기에 장첸의 묵직하면서 날렵하던 손도끼 액션은 강해상의 날렵한 난도질 액션으로 돌아와 빌런의 액션 역시 볼만했다.

[범죄도시 2]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작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전작에서 차를 시도한 액션을 아주 소심하게 진행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작품은 대놓고 카체이싱에 큰 분량을 할애하여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솔직히 그동안 본 국내 영화 카체이싱 장면의 완성도가 실망을 많이 해왔던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박진감 넘치가 잘 짜여져 놀랐던 부분이다.

이렇게 [범죄도시 2]는 전작의 장점을 그대로가 아니라 더욱 강화하여 가져왔고, 거기다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며 성공적인 후속작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즉, <전작의 강점 강화> + <새로운 시도>가 쉽게 말해 후속작의 공식이 되는 셈이다.

이런 후속작이 가져야할 공식은 정말 당연하고 단순하지만 의외로 요근래 범람하는 <명작의 후속작>들이 쉽게 간과하는 중요한 공식이다.

사실 스타워즈의 숨통을 끊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그 간단한 공식을 지키지 못해 시리즈를 나락으로 보내버린 대표적인 영화 시리즈는 바로 스타워즈 시리즈가 있다.

에피소드 6까지 완성도가 높진 않았어도 특유의 매력을 보유했던 스타워즈 시리즈지만 에피소드 8에 해당하는 '라스트 제다이'는 기존 시리즈의 장점에 대한 이해 부족과 이를 감추기 위해 행한 치행으로 영화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관객들의 호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라스트 제다이의 문제점은 차후 [탑건 : 매버릭]을 이야기하면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고 간단하게만 집고 넘어가자.

루크는 올곧고 정의롭지만 제이크는 그렇지 않다

라스트 제다이는 기존 스타워즈가 보여주던 캐릭터, 액션, 서사를 구시대의 산물이라며 내치고 이것이 현실이라는 듯이 변화라는 이름 하에 숙청을 강행했다.

덕분에 캐릭터는 망가지고, 액션은 저급해졌으며 서사는 개연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어졌다.

결국 제작자들이 '스타워즈'의 강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빈말로도 완성도가 높다고 볼 순 없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이렇게 사랑 받아올 수 있었던 배경엔 바로 스타워즈가 보여주는 특징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음에도...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흥행만은...

반면에 전작을 완전히 답습하였지만 평가가 좋지 못했던 작품도 스타워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다.

흥행도 대성공, 평점도 높은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타워즈 시리즈를 봤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어떤 발전도 없이 에피소드 4를 그대로 답습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부분에서 이 영화는 자신의 색이 사라진 것이다.

영화가 이전 작품의 복제품 수준의 유사성을 가진다면 과연 그건 작품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만들어진 물건일까?

아닐 것이다. 만약 작품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이런 자기복제 수준의 물건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강점의 유지는 그 개념을 파악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지 그대로 복제한다고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그래픽이 좋아진 에피소드 4라는 평가에서 더 나아가질 못한다.

이처럼 아무리 덩치가 큰 프랜차이즈의 영화라 할지라도 후속작의 공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관객을 실망시키고 시리즈의 가치를 낮추는 건 한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강점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후속작의 공식을 성실하게 지켰다는 점에서 [범죄도시 2]는 흥행성적 이상의 좋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도 그럴게 후속작의 공식을 가장 제대로 못 지키는 영화 시장인 한국에서 저런 영화가 나왔다는 게 더더욱 놀라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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